[열린광장] 한글학교의 주인은 누구인가?
졸업식 준비를 위해 윌셔에 있는 한국학교 본부에 갔다. 일꾼들이 삼삼오오 몰려있어어수선하다. 곧 다른 학교가 건물을 사용할 예정이라니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내가 소속돼 있는 남가주 한국학원은 40년의 역사를 지녔다. 무형이든 유형이든 그 이름을 걸고 50년을 바라본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그동안 해마다 아이들이 등록했고 졸업을 했다. 맨 처음 한국학원에 입학한 학생은 지금쯤 50살은 넘었을 것이다. 남가주 한국학원은 비영리단체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전쟁 중에도 천막학교를 세웠던 한국인들의 교육DNA를 보여주는 산 증거이기 때문이다. 한글학교를 위해 건물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뜻이 모이는데 망설임이나 주저함은 없었다. 2세들의 한글교육을 위한다는 설립목적은 단박에 한인들을 결집시켰다. 윌셔 가에 건물이 마련됐고 다들 건물만 있으면 2세들의 뿌리 교육도 잘 될 거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건 오판이었다. 한글학교는 토요일에만 운영이 된다. 주중에는 건물이 텅 빈 채로 있어야 했다. ‘윌셔초등학교’라는 사립학교 간판이 세워지고 ‘멜로즈 중고교’까지 개설하게 된 데에는 효율적으로 건물을 사용하자는 누군가의 묘안이 작용했으리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립학교는 망했다. 등록하는 학생이 없으니 두 학교는 자연스레 폐교라는 불명예를 안고 사라졌다. 그동안 이름을 대면 알만한 많은 한인사회 유명 인사들이 한국학원 이사를 역임했다. 그런데 아무도 부실경영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이사는 없다.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면 주인이 없다고 여겨도 되는 일일까? 사립학교가 세워지자 토요한글학교는 마치 부설기관 대우를 받았다. 이사회의에 교사들이 참여할 수 없으니 목소리를 높여야 요구 사항이 관철되었다. 남가주 한국학원 산하 토요한글학교는 민족혼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세워진 교육기관이다. 재정지원 명목으로 한국 정부가 과도하게 관여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런데 이사회 분규 탓에 분규단체로 지정돼 한동안 지원금이 중단되는 바람에 개학을 늦춰야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200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의 이름을 다 외우고 있는 K교장이나 20년 넘게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A교사, 그리고 내 자식처럼 학생들을 대하는 교사들의 열의로 운영부실이라는 불명예에도 남가주 주말한글학교는 꿋꿋하게 운영되어왔다. 최근 물갈이를 했다며 새로 영입된 이사 명단을 보았다. 차세대 한글 교육을 위해 만성적자인 남가주 한국학원 이사로 활동하겠다는 그분들의 뜻은 존중하고 싶다. 다만 한글 교육 활성화가 아니라 노른자위 땅에 있는 학교 건물에 대한 관심만이 아니기를 바란다. 나는 남가주 한국학교의 분규가 완전히 끝났다고 보지 않는다. 새 이사들 가운데 교사들을 향해 “아줌마”라고 막말을 한 인물도 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한글 교육 활성화를 바란다면 이사회 구성에 교장단과 학부모들 의견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가주 한국학원은 한인사회가 주인이어야 하며 학교경영은 수직이 아니라 수평적이어야 한다. 권소희 / 소설가열린광장 한글학교 남가주 주말한글학교 남가주 한국학원 남가주 한국학교